2026~2027 일본 5개 도시 순회 ‘우리의 르누아르’전 – 인상파 거장은 어떻게 일본의 국민 화가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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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인상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화가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부드럽게 스며드는 빛과 그림자, 행복한 기운이 감도는 인물, 밝고 풍성한 색채로 가득한 그의 그림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일본에서는 대규모 순회 특별전 ‘우리의 르누아르(わたしたちのルノワール)’가 열립니다. 구마모토현립미술관 개관 5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전시로, 구마모토와 시즈오카, 오이타, 도쿄, 오카야마 다섯 곳의 미술관을 차례로 돕니다. 르누아르의 명작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일본인의 마음속 ‘국민 화가’로 자리 잡았는지 그 여정을 짚어 보는 자리입니다.
‘우리의 르누아르’전 전시 하이라이트
‘우리의 르누아르(わたしたちのルノワール)’전은 ‘르누아르는 어떻게 일본인의 르누아르가 되었나’를 주제로, 시간 순서를 따라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됩니다. 일본이 르누아르를 처음 접한 시기부터 그의 화풍이 일본 서양화가들에게 스며든 과정, 인상파가 일본에 널리 퍼지는 흐름, 미술관 소장과 대중 매체를 통한 확산까지, 르누아르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와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서양화가가 되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 줍니다.
르누아르의 주요 작품은 물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일본 서양화가들의 그림과 동시대 인상파 화가들의 대표작도 함께 걸립니다. 여러 각도에서 일본 미술사 속 르누아르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부: 르누아르와의 만남
일본이 르누아르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은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미술상 하야시 다다마사가 가장 먼저 르누아르의 작품을 사들였고, 이후 유럽으로 떠난 유학생 화가와 미술상, 실업가들이 잇달아 작품을 들여오면서 르누아르는 조금씩 일본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전시에서는 초기에 일본으로 건너온 작품들과 당시의 잡지, 신문, 문헌 자료를 통해 일본이 르누아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열기를 되살립니다.
주요 전시 작품
《목욕하는 여인》(이시바시 재단 아티존 미술관 소장)
《목욕하는 여인》은 일본 서양화가 야마시타 신타로가 르누아르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 화가 본인에게서 받아 온 작품입니다. 야마시타가 어떤 그림을 고를지 너무 오래 망설이는 바람에 르누아르가 잠시 언짢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작품은 여러 손을 거쳐 브리지스톤 미술관, 지금의 이시바시 재단 아티존 미술관에 소장됐습니다.
《샘 옆의 여인》(오하라 미술관 소장)
《샘 옆의 여인》은 미쓰타니 구니시로와 야스이 소타로 등 일본 화가들의 도움으로 들여온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그림에 반한 관람객이 화면을 핥았다는 일화가 남아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현재 오하라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으며, 르누아르가 일본에서 얼마나 열렬한 사랑을 받았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2부: 르누아르가 일본 서양화에 남긴 영향
1908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일본 서양화의 거장 우메하라 류자부로는 파리에서 르누아르의 그림을 처음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프랑스 남부로 찾아가 르누아르를 직접 만나면서 두 사람은 국경을 넘어선 사제의 인연을 맺게 됩니다. 르누아르는 우메하라 류자부로와 야마시타 신타로, 나카무라 쓰네 등 일본 서양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고, 일본 근대 서양화가 나아갈 방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일본 화가들의 대표작을 통해 이들이 르누아르의 예술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화풍으로 발전시켰는지 보여 줍니다.
주요 전시 작품
우메하라 류자부로 《모레 풍경》(우에하라 미술관 소장)
르누아르를 직접 찾아가 가르침을 받은 우메하라 류자부로는 선명한 색채와 두툼한 붓 터치로 스승의 정신을 이어 갔습니다.
야마시타 신타로 《공물》(이시바시 재단 아티존 미술관 소장)
야마시타 신타로는 프랑스 유학길에 올라 르누아르를 만난 가장 이른 세대의 일본 화가 중 한 명입니다. 《공물》은 그가 서양화 기법과 자신만의 개성을 녹여 낸 대표작입니다.
3부: 인상파의 탄생과 발전
1874년, 파리에서 제1회 인상파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르누아르는 모네와 피사로, 시슬레 등과 함께 밝은 색채와 자유로운 붓질로 자연의 빛과 그림자를 담아내며 보수적이던 관전(官展) 체제에 도전했고, 그렇게 인상파의 길을 열었습니다. 이후 그는 다시 공식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새로움을 좇는 태도만큼은 끝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구역에는 르누아르 외에 모네와 피사로, 시슬레 등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함께 걸려, 인상파가 세계 미술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요 전시 작품
클로드 모네 《수련》(이즈미시 구보소 기념미술관 소장)
알프레드 시슬레 《건초더미》(모로하시 근대미술관 소장)
4부: ‘우리의 르누아르’가 되기까지
전후 일본 곳곳에 미술관이 잇달아 세워졌고, 고도 경제 성장기를 지나며 르누아르의 작품도 대거 일본으로 건너왔습니다. 전시와 TV, 잡지, 광고를 타고 그의 그림이 퍼지면서 르누아르는 미술관 밖 일상으로 걸어 나와 일본에서 가장 친숙한 서양화가가 되었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일본 각지의 미술관과 기업, 개인이 소장한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국내에 흩어져 있던 귀한 르누아르 컬렉션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100년이 넘도록 그의 그림이 사랑받는 이유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주요 전시 작품
《가슴에 꽃을 단 소녀》(구마모토현립미술관 소장)
《밀짚모자를 쓴 여인》(히로시마 미술관 소장)
《빨간 옷을 입은 여인》(도쿄 후지 미술관 소장)
전시 순회 정보
■ 전시명: わたしたちのルノワール / 우리의 르누아르
구마모토현립미술관
■ 전시 기간: 2026년 7월 18일(토) ~ 9월 13일(일)
■ 입장료: 일반 1,800엔, 대학생·전문학교생 1,300엔, 고등학생 1,000엔, 중학생 이하 무료
■ 공식 사이트
시즈오카시 미술관
■ 전시 기간: 2026년 9월 22일(화) ~ 11월 15일(일)
■ 공식 사이트
오이타현립미술관
■ 전시 기간: 2026년 11월 23일(월) ~ 2027년 1월 17일(일)
■ 공식 사이트
도쿄 후지 미술관
■ 전시 기간: 2027년 1월 26일(화) ~ 3월 28일(일)
■ 공식 사이트
오카야마현립미술관
■ 전시 기간: 2027년 4월 6일(화) ~ 5월 30일(일)
■ 공식 사이트
메이지 시대에 처음 일본에 소개된 뒤 지금은 전국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이 된 르누아르. 그의 그림은 한 세기 넘도록 일본인 곁을 지키며 일본 서양 미술의 발자취를 함께해 왔습니다.
‘우리의 르누아르’전은 명화를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예술이 어떻게 문화와 시대를 건너 일상 속에 스며드는지를 되짚어 보는 여정입니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거나 인상파와 일본 미술의 교류사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전시장을 직접 찾아 ‘일본의 것이자 세계의 것’이 된 거장의 매력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